"재혼한 아내에 전재산" 유언한 아버지…자녀들의 대처법 [김상훈의 상속비밀노트]

입력 2023-05-18 08:27   수정 2023-06-01 23:28

정형외과 의사인 A는 B와 결혼해서 딸 C와 D를 낳고 화목하게 살았습니다. A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었고, 전업주부였던 B는 그 돈으로 부동산 투자를 해 많은 재산을 모았습니다. 그러다가 A는 B와 이혼을 한 뒤 같은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E와 재혼했고, E와의 사이에서 아들 F를 낳았습니다.

그 후 A는 2021년 6월경 살고 있던 아파트와 병원 건물 등을 포함해 약 180억원 상당의 재산 전부를 E에게 준다는 취지로 자필 유언장을 작성하면서 E를 유언집행자로 지정했습니다. 그리고 불과 3개월 후인 2021년 9월경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E가 A의 유언장을 근거로 아파트와 상가건물의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려고 하자 C와 D가 반대했습니다. 평소 A가 상속인들에게 재산을 똑같이 나눠주겠다는 말을 수시로 했었기에, C와 D는 그 유언장이 위조됐거나 A가 지병으로 정상적인 상태가 아닐 때 작성된 것이 아닐까 의심했습니다. 이런 경우 E는 어떻게 해야 하며, 그에 대해 C와 D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공증유언장과 달리 자필 유언장으로 부동산등기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가정법원에 유언검인을 받아야 합니다. 유언검인은 유언장의 성립과 존재를 명확히 해 그것이 위조나 변조되는 것을 막고, 그 보존을 확실히 하기 위한 검증절차입니다. 유언장을 소지한 자가 검인청구를 하면 가정법원은 검인기일을 지정해 검인을 합니다. 검인기일에는 청구인뿐 아니라 상속인 등 이해관계인에게도 기일을 통지해 참여의 기회를 줍니다. 검인기일 당일 유언장에 대한 사실조사뿐 아니라 이해관계인들이 유언의 내용이나 집행에 관해 이의가 있는지를 확인해 검인조서에 기재합니다.

자필유언장을 근거로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려면 유언장뿐 아니라 검인조서를 등기소에 제출해야 합니다. 그런데 검인기일에 출석한 상속인들이 “유언자의 자필이 아니고 날인도 유언자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거나 “유언자의 평소 언행에 비추어 봤을 때 유언자가 이런 식의 유언을 했을 리가 없다. 유언자의 의사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식으로 자필 유언장의 진정성에 관해 다투는 사실이 검인조서에 기재된 경우 등기소에서 등기를 해주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상속인 전원이 “유언내용에 따른 등기신청에 이의가 없다”는 취지로 작성한 동의서와 인감증명서를 첨부하도록 요구합니다. 하지만 이미 유언검인절차에서 유언장의 진정성에 관해 다툰 상속인이 그와 같은 동의서를 작성해줄 가능성은 낮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유언집행자인 E가 A의 자필유언에 따라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를 하려면 자필유언장과 검인조서를 등기소에 제출해야 합니다. 그 검인조서에 분명 C와 D의 이의진술(유언대로 집행하는 것에 이의가 있다는 취지)이 기재돼 있을 것이기 때문에 유언장대로 등기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경우 E는 C와 D를 상대로 유언효력확인의 소를 제기해야 합니다. 이 소송을 통해 A의 자필유언이 유효하다는 확정판결을 받으면, 그 판결문을 가지고 등기를 할 수 있습니다.

C와 D는 위 유언효력확인소송에서 자필유언장이 위조됐다거나 A가 유언장 작성 당시 의사능력이 없었다는 점을 적극 주장, 입증함으로써 유언장을 무효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E는 유언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수 없게 되고, 결국 법정상속분에 따라 A의 재산을 분배받게 됩니다. 그럴 경우 자녀들인 C, D, F는 동등하게 각 9분의 2(40억원)를 상속받게 되고, E는 배우자로서 0.5를 가산해 9분의 3(60억원)을 상속받게 됩니다.



혹시 유언이 유효하다는 판단을 받게 될 경우를 대비해 C와 D는 E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를 해야 합니다.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이므로, C와 D가 유류분으로 받게 될 상속재산은 각 9분의 1(20억원)이 됩니다.(요소1 참조)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유류분이 침해된 것을 안 날로부터 1년이라는 단기 소멸시효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유언효력확인소송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소멸시효가 지나기 전에 반드시 유류분반환청구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위와 같은 절차는 자필유언장일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입니다. 만약 A가 공증유언을 했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공증유언에 대해서는 유언검인을 받을 필요가 없이 유언장만으로 유증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E는 A의 공증유언장만 가지고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수 있고, C와 D가 이에 반대할 경우 E를 상대로 유언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해야 합니다. 역시나 유언이 유효하다는 판단을 받을 경우를 대비해 예비적으로 유류분반환청구를 하는 것이 소송전략적으로 바람직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상훈 법무법인 트리니티 대표변호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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